2. 나의 삶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그리고 그들의 삶의 중심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나는 스타가 되었다. 꿈같고, 거짓말 같아서 믿을 수 없는 시간 들은 곧 내 삶의 당연한 일부가 되고, 나를 둘러싼 세상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갔다. 내가 모르는 순간들에도 내가 있었고, 내...
그냥 연애담 나 너 좋아해. 입 안에 들어갔던 떡볶이 하나가 힘없이 다시 입 밖으로 떨어지려는 것을 동호는 필사의 의지로 붙잡았다. 뭐라고? 되물을 겨를도 없이 그저 눈만 깜빡거리던 동호는 곧 둥그런 계란을 반으로 푹 잘라 그 하나를 제게 내미는 김종현을 빤하게 바라보았다. 특별히 노른자가 많은 쪽을 양보하는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동호는 그것을 입으로 ...
불시착 낭만 1. 누구의 인생이든 리즈 시절은 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눈이 부시게 서 있으면서도 전혀 높이를 느낄 수 없는 순간, 그 순간을 사람들은 소위 가장 잘나가는 순간이라 말을 한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반짝거렸고,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내 발밑에 있었다 믿었던 순간, 그래서 나는 그 아...
15. 完 계절도 게으름을 피우는 날이었다. 해는 느지막이 일어나 채 얼굴을 다 보여주기도 전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긴 시간을 내가 감당했으니, 이제는 달 네가 책임을 질 때도 됐다는 듯 작정하고 게을러진 한낮은 더 게으른 사람에겐 아예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겨울은 겨울인가보다.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하늘을 한 번,...
14. 동호씨, 글 안 써볼래? 시작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삶의 방향은 제 마음대로 된 적이 없었다. 태어난다는 것조차도 어쩌면 제 선택과는 무관한 범주의 일이었기에, 애초에 삶의 시작 자체가 어긋난 방향으로 이루어져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개수나 맞추자 싶은 마음으로 지원한 전공이 유일하게 합격한 곳이 되어버려 인...
13. 이 세상에 결코 쓸모없는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시궁창에 쏟아 부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은 욕지거리조차 그런 말을 들어도 되는 누군가에겐 합당한 목적의 것이라 생각했다. 예쁜 색과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다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모두 가치 있는 것이라 여겼던 시간을 가만히 되짚던 동호는 이내 눈앞에 보이는 까만 자음과 모음의 합창을 빤하게 ...
11. 처음부터 마음의 끝은 체념으로 단련된 단념이었다. 혼자 붙잡고 있는 마음이 상대에게 닿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고, 가능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에 좋아하는 마음은 곧 동시에 포기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이 마음이 무슨 죄를 지어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죽어야만 하는지 나름대로 분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머지...
10. 밥 먹자, 동호야. 보내 놓은 메시지 옆을 채우고 있는 숫자는 사라질 줄을 몰랐다. 아침에 얼굴을 볼 수 있을 리 없었다. 민현의 대답을 듣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강동호는 울 것처럼 떨리던 입술을 감춰 물고 그대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따라 나오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 강동호가 딱히 어디 멀리 간 것은 아니었다....
9. 하필 그 타이밍에. 하필 그 순간에. 하필 그 때에. 모든 것은 하필 그 하필에 일어난다. 분명 사람이 더 적어 섰던 줄에서는 하필 무슨 일이 벌어지고, 내내 잘 가지고 다니던 우산을 괜한 변덕에 가방정리를 해서 놓고 나온 날 예고에 없던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 하필의 법칙은 일상이라는 가장 평범한 순간을 관통하고 있어 별 수 없이 그 순간이 찾아오면...
8. 출입금지가 대문짝만하게 적힌 종이가 나풀거렸다. 그새 사나워진 바람은 이제 완전히 계절을 바꾸어 놓고 있었다. 겨울이라 불러달라는 듯 전신으로 시위를 하는 무생물의 화려한 움직임 틈으로 머리만 일단 빼꼼 밀어 넣었던 동호는 곧 조심스레 그 틈으로 마저 몸을 밀어 넣었다. 해가 떠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장인은 연장 탓을 않는다지만,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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