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먼지 한 톨 없이 한없이 정갈하고 깨끗할 거라 생각했다. 으리으리한 샹들리에가 달린 천장 높은 거실에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있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소파가 텔레비전이 멀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놓여 있을 것 같았고, 그 옆으론 벽난로가 밤새 뜨겁게 타오를 것만 같았다. 걸어서 가기도 숨이 찰 정도로 커다란 잔디밭이 있을 것 같았고 강아지라 부르기엔...
연애 바로미터 1/2 강동호는 정확히 말하면 내 가장 친한 친구의 친구였다. 그러니까 친하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모른다 말할 수도 없는 참으로 애매하고 어중간한 관계였다. 학생 수가 몇이든 대학이라는 곳이 그랬다. 정말 넉살 좋은 녀석 몇을 제외하곤 어쨌든 무리를 지어 각자 편한 상대들과 어울리기가 쉬웠다. 교복을 입는 시절 마냥 한 반이 반...
보통의 하루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 놓고 돌아오는 반응을 기다리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뱉어낸 것이 분명한 목소리가 잔잔하게 유행가가 깔린 공간에 꽉 얽매여 있는 것 같았다. 누가 흩어버리기 전까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고백의 덩어리는, 상대의 반응을 하염없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 분명했지만, 기다리는 사람...
3. 예쁘게 생겼네요. 익숙하게 들어오던 말과 낯선 목소리가 시작이었다. 장성한 사내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달리 반박할 의지도 없던 고개가 의도보다 조금 더 날카롭게 돌아갔다. 아, 오해는 말고. 그 말에 나는 그냥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지겨울 게 뭐가 있어요.” “밥도 맨날 먹으면 지겹다.” “그래도 결국 밥이 들어가야 한다고...
2. 헤어지자는 간단한 말 한 마디로 두 사람이 공존하던 세계가 단숨에 흔적도 없이 파괴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어떤 진화한 인류도 못한 가장 편리한 행위였다. 구구절절 구차한 변명도, 네가 너무 싫어서 견딜 수 없다는 끔찍한 사실도 일단은 뒤로 미룰 수 있는 그 편리함은 처음에는 다루기가 어렵고, 어색하지만 반복적으로 행하다 보면 어느새 곧 남들처럼 꽤 잘...
이번 연애의 결말 1. 흔히들 말한다. 사랑이 실패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우스운 말이라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헤어지는데 이유라는 건 결국 가져다 붙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갑자기 상대의 밥 먹는 꼴이 미워질 수도 있고, 그날 입은 옷이 심하게 별로라 정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유로 헤어지자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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